
&TEAM 하루아
백하유
17 / 180 / 57 / 우정고 1-1 반장
그날의 기억으로 지금까지 먹고 살아.
조용 대범 순수 애살 인내 주관 미숙 호기심
1학년 1반의 반장을 담당하고 있다. 반장이 된 이유는 단지 애들이 추천해서. 사교성에 문제가 없고 성적도 다른 반에 짜칠 정도도 아닐뿐더러 저 정도 생겼으면 어디 가도 우리 반 반장이라 할 수 있겠다는 농담 아닌 농담과 함께 반장이 되었다. 어차피 한 명뿐인데 공략 같은 건 생략해. 생략하지 말고 안 한다 할걸. 그땐 누가 추천해 준다고 기본 좋아 승낙했지만 뭐 이리 할 게 많은지 돈이라도 주고 부려먹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 한다. 자자 얘들아 자리에 앉아 통신문 뒤로 돌릴 테니까 종이 부족한 줄만 손들어.
언젠가 졸업하면 최대의 일탈인 탈색을 해보고 싶다면서 벼르고 있다. 왜 방학이라도 하지 그래라고 질문받지만 탈색 그거 엄청 아프다잖아 어른이 되면 그런 아픔 정도는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을 것 같아서 그때 하려고. 검은색 머리칼 만지작거리며 3년을 기다린다. 티비에 나오는 아이돌들이 가끔 부러웠다. 쟤네는 일도 하고 머리도 염색하고 이런 걸로 연예인 부러워하는 너도 참. 그래서 무슨 색 하고 싶어? 관심 주는 건가? 나는 흰색이 하고 싶어. 모찌같잖아 나 모찌 좋아하거든. 그러니까 사달란 소리냐? 어떻게 알았지? 맞아 사달란 소리다.
어머니를 쏙 빼닮았다는 말을 자주 듣고 산다. 이 동네에서 너희 엄마만큼 예쁜 사람이 없었지. 우정 고등학교 학창 시절 아니 그전부터 모든 남자가 홀렸고 이 애비도 그중 한 사람이다. 너희 엄마가 내 아내라니 아직도 믿기지 않아. 아버지는 어머니가 첫사랑이었다. 첫사랑은 이어지지 않는다는데 난 자식까지 놓고 이렇게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다니 믿을 수 없다며 자주 옛날 얘기를 꺼낸다. 아버지 장가가는 날 그리고 어머니 시집가는 날 유채꽃밭에서 마을 사람 다 모여 결혼식을 했는데 그때 모든 남자들이 울고불고 짜고 그랬댄다. 심지어 여자들도. 그 덕에 종종 지나가는 청년부터 할아버지들까지 가끔씩 아련하게 바라본다. 누나도 지쳤는지 이젠 신경도 안 쓰고 지나간다.
보라 마을에서 왜 늦게까지 있었어! (걱정되잖아.)
핸드폰을 통해 많은 메신저와 부모로부터 온 전화 모두 회신하지도 받지도 못했지만 저라고 늦게까지 그 마을에 있고 싶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, 핸드폰 두고 왔다. 단순한 이유였다. 돌아가다 힘들어 마을 회관으로 갔다, 문이 잠겨 있었다. 어둑한 밤 핸드폰은 배터리가 닳아 불이 꺼졌고 음습한 밤거리에 오만 걱정을 다했다. 나도 사냥당하는 거 아닌가, 댓글이 떠올랐다. 나폴리탄 괴담 같은 댓글. 아 머리 아파 더는 있고 싶지 않아 달렸다. 차가 다니는 거리를 열심히 달려 개울을 넘어서.
(공백미포함 945자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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